Skip to content

GuitarMania

2003.12.17 13:19

베드로의 통곡

(*.243.135.89) 조회 수 5767 댓글 8
작곡 : J. S. Bach(1685~1750)
곡명 : Have mercy, Lord, on me
연주 : K. Ferrier(Alto)

  페리어(1912~1953)가 남긴 절창 중의 하나입니다. 이 곡은 바하의 "마태수난곡" 중 47곡 "불쌍히 여기소서, 나의 주님"이라는 유명한 아리아인데 바이올린의 오블리가토가 동반된 이 아리아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곡이죠.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뒤 주 예수의 말을 상기하며 이렇게 통곡합니다.

"나의 주님, 불쌍히 여기소서, 내 눈물로 인하여 나를 돌보아 주소서, 마음도 눈도 당신 앞에서 아프게 우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제가 대학을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저보다 2살이 위인 누님은 성악을 전공 했었죠. 하루는 같이 집으로 가기 위해 레슨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레슨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은 정작 누님이 아니라 같은 전공학생이었습니다. 너무도 누님의 목소리와 유사해서 감쪽같이 속았었는데 동일한 교수님 밑에서 동일한 발성법에 의해 배우게 되어 이런 결과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웃은 적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가 마치 소울음 소리처럼 느껴져서 우성(牛聲)이라고 비아냥대면서 누님을 놀리던 기억이 나네요. 페리어의 목소리를 들으면 항상 누님의 목소리가 생각이 나서 적어 봤습니다. 아마도 누님의 성역이 알토보다는 약간 높은 메조 소프라노라서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죠.

  알토는 여자의 목소리로는 저역에 속하는데 통상 소프라노는 자주 접하기 때문에 귀에 익은데 알토는 자주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귀에 익지 않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알토가수는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성공하는 예가 많지 않은데 당장 기억나는 가수를 꼽으라면 프랑스 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린 클레르 크루아자, 세기의 흑인 여가수인 마리안 앤더슨, 헨델의 작품에 많은 녹음을 남긴 헬렌 와츠, 바그너와 바하의 칸타타에서 명성을 날린 안나 레이놀즈,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나탈리 스튀츠망과 안네 소피 폰 오터 정도가 생각나네요. 알토의 성역은 통상 메조소프라노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 땅이 많지 않지만 메조 소프라노와 알토의 음색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바른 선택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페리어(K.Ferrier:1912~1953)는 전화 교환수로 근무하다가 지휘자인 말콤 사전트 경에게 발탁되어 명성을 날린 알토가수로 41세에 유방암으로 타계하기까지 활동한 기간은 1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녀가 브루노 발터의 지휘로 녹음을 남긴 말러의 <대지의 노래>는 명연 중의 명연으로 꼽히고 있으며 저는 이 곡을 특히 좋아하여 20여장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페리어가 남긴 LP녹음도 원반으로 가지고 있죠.

  소프라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이 파고드는 알토 특유의 부드러움과 영혼을 울리는 은근하고도 깊은 맛. 아! 말러의 <대지의 노래>에서 그녀가 들려 주었는 깊은 슬픔을 공감해본 사람이라면 저의 이야기가 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련만!  
Comment '8'
  • eveNam 2003.12.17 18:23 (*.236.45.84)
    이 곡을 듣고 있자니 영화 "희생"의 도입부가 생각나요... 카메라가 여러 정경을 잡을때 잔잔히 흐르던... ~.~
  • eveNam 2003.12.17 18:27 (*.236.45.84)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 이어지는 애절한 목소리... 아~ 찡하다... ㅠㅠ
  • 2003.12.17 18:51 (*.84.145.253)
    음악 좋네여...
  • 건달 2003.12.17 19:25 (*.201.201.60)
    정말 좋네요..가슴이 미어집니다..ㅜㅜ
  • 으니 2003.12.17 20:33 (*.46.179.51)
    정천식님의 이 에피소드.. 전에도 읽은 것 같은데^^ 분명히 전에도 말씀해주신 적 있죠^^ 이 글은 더욱 반갑네요^^ 전 안네 소피 폰 오토 좋아해요
  • 정천식 2003.12.17 20:39 (*.243.135.89)
    일전에 Qmuse Club 홈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으니님의 기억력이 비상하시네요.
  • eveNam 2003.12.17 22:12 (*.196.250.220)
    영화에서는 Julia Hamari가 부른다고 하네요... ^^
  • 해피보이 2003.12.24 12:28 (*.54.135.208)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울고 말았노라.....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3 senza basso, JS Bach 2 채소 2002.05.23 5495
612 정경화의 샤콘느... 5 eveNam 2004.01.22 5499
611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큰 별, 알베니스(2) 1 정천식 2004.02.25 5503
610 변태가 되어가는 나의 귀....... 27 오모씨 2004.04.02 5508
609 탱고이야기(4)-탱고의 역사2 file 변소반장 2001.02.23 5509
608 [까딸로니아 민요] L'hereu Riera file 옥용수 2003.12.10 5512
607 매력적인 쇼루 - 그대는 어디를 떠돌고 있나 1 정천식 2003.12.02 5529
606 Obligato on Etude in B minor 정천식 2004.02.08 5534
605 파크닝 재발견... 11 차차 2002.10.30 5542
604 제가 갈브레이쓰의 연주를 좋아하는 이유~ 18 seneka 2004.09.15 5544
603 '상인의 딸' 가사입니다. 1 정천식 2003.12.10 5547
602 Guitar의 정의 - The Guitar 5 일랴나 2003.07.18 5553
601 헐...어케여..--;;;;;;;; 형서기 2000.08.31 5561
600 쇼아자씨... 왈츠... 14 이브남 2004.10.11 5562
599 바하곡을 연주한다는 것... 23 황유진 2004.03.17 5563
598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들의 辨 [3] 미니압바 2000.11.07 5563
597 행~님!! 홈페쥐 보수작업 추카... 한쌈 2000.07.02 5564
596 ☞ 박자기... 써야되나요? 말아야되나요? 문병준 2001.08.12 5566
595 Segovia의 샤콘느 - EVEREST 녹음 8 1000식 2004.08.31 5570
594 [re] Bach fuga in A minor 줄리안 브림 5 file 이웅재 2004.09.02 5572
593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완성자, 파야(2) 3 정천식 2004.03.26 5579
592 LP예찬 7 정천식 2004.01.22 5579
591 근데...음악성이란게 정확히 뭘 말하는거에요? 19 마왕 2004.02.06 5582
590 데이비드 러셀의 옛 내한공연에 대한 질문입니다.. 18 으니 2003.11.10 5583
589 D 단조 Scale 연습과 Chaconne (3) file gmland 2003.04.04 5583
588 테크닉과 음악성에 대한 이런 생각도 있습니다.. 15 seneka 2004.02.05 5585
587 형서기님 다 보고선 2000.08.31 5594
586 암기의 이해와 암보력 향상을 위한 제안 1 고정석 2001.12.17 5595
585 기타 연주에 있어서 초견능력.. 1 으랏차차 2001.08.17 5598
584 [re] 트레몰로. 5 기타 이상자 2003.07.16 5602
583 기타녹음시 테크닉에 대하여... 2 햇새벽 2001.11.04 5619
582 원전연주 이야기(5)원전연주에 쓰이는 악기는...둘!! 2 신동훈 2001.11.02 5620
581 석굴암 화음 2000.08.20 5622
580 ★ Krystian Zimerman 마스터 클래스 후기 ★ 28 으니 2003.06.09 5624
579 아람브라, 화성진행 및 프레이즈 분석과 프레이징 (2) 10 gmland 2003.05.23 5627
578 고대지명과 음계에 관한 단상... 4 신동훈 2003.04.22 5628
577 인간의 목소리... 비올 9 이브남 2005.01.10 5641
576 아람브라, 화성진행 및 프레이징 (3) - 총론 끝 gmland 2003.05.26 5647
575 카르카시교본비판에 관하여 6 기타방랑자 2003.06.03 5648
574 [까딸로니아 민요] La nit de Nadal file 옥용수 2003.12.10 5659
573 . 37 . 2003.08.27 5666
572 스페인 기타음악의 원류를 찾아서(2) 1 정천식 2004.03.11 5669
571 . 정천식 2003.04.28 5679
570 인류 평화의 염원이 담긴 새의 노래 4 정천식 2004.03.15 5681
569 몇가지 짚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왕초보 2000.09.26 5683
568 바하... 플루우트 소나타여~~~(겁나게 긴글...한번 생각하구 보셔여 ^^;) 5 신동훈 2001.10.17 5694
567 [re] 아차 이거 빠뜨려써요 ㅠ-ㅠ 5 으니 2005.02.20 5698
566 Cuban Landscape with Rain verve 2003.09.04 5700
565 시간여행 : 800년 전의 음악은 어땠을까요? 8 file 정천식 2003.12.28 5710
564 전설의 부활 - 위젠느 이자이의 연주 8 정천식 2003.12.19 5712
563 [re] 바하는 어떤 악보로 공부하여야 하나........!!?? 6 정천식 2004.02.16 5713
562 파야 - 물방아꾼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726
561 [re] 운지에 대한 내 생각은 이러합니다. 24 아랑 2003.04.09 5730
560 문제의 제기 4 정천식 2003.12.18 5733
559 파야 - 시장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743
558 [re] ★★★ 조국을 사랑한 바리오스 망고레 ( 글 & 번역 gmland ) 완결판 ★★★ 2 2003.09.16 5745
557 음질은 료벳꺼보다 세고비아가 오히려 나아요... 신정하 2000.10.10 5749
556 오디오에서의 아날로그의 매력 ( 레거리즘) 콩쥐 2006.07.21 5762
» 베드로의 통곡 8 정천식 2003.12.17 5767
554 이곡 제목 뭔지 아시는분? 7 차차 2003.07.24 5775
553 피스크? 테크니션? brawman 2000.06.11 5776
552 현대인의 의식분열. 의식분열 2000.09.24 5778
551 Francis Kleynjans와 brilliant guitarists알려주세요. 2 wan 2002.08.02 5781
550 차차님~~~ 한번 심호흡하시구... 7 신동훈 2002.01.08 5781
549 자유로운 영혼: 집시 8 고정석 2001.12.17 5785
548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완성자, 파야(1) 2 정천식 2004.03.23 5789
547 #, b 가 다른 음인가요? (이명동음에 대해서...) filliads 2000.12.21 5791
546 "혁명"... 나의 사랑하는 조국, 폴란드! 24 이브남 2004.10.22 5796
545 커트코베인과 클래식기타 10 한민이 2004.03.09 5796
544 ☞ ☞ Sunburst 를 좀 연습해봤는데요.... 안진수 2000.11.25 5798
543 바하는 어떤 악보로 공부하여야 하나........!!?? 6 file 해피보이 2004.02.16 5811
542 플라멩코 이야기 3 5 김영성 2002.07.25 5812
541 martha argerich 의 연주는... 2000.09.30 5813
540 형서기님 요기.... 화음 2000.08.31 5814
539 [질문]Paco de Lucia의 Fuente Y Caudal 1 의문의 2004.04.30 5823
538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1) 정천식 2004.02.11 5823
537 우리가 [크다] 라고 말하는 것들 !! 15 com 2003.04.11 5826
536 형서기형 넘 고마워여...요셉 숙(josef suk) 2001.01.27 5831
535 예술가와 예술작품.................................지얼님의 명언(퍼온글) 2005.01.13 5833
534 안나 비도비치의 bwv1006 를 듣고나서..^^ 기타라 2000.12.28 5844
533 질문 한가지(bwv1000번 푸가에 대해) 정성민 2001.03.11 5849
532 위의 글을 읽고... 6 지나가다 2004.02.06 5854
531 망고레와 세고비아.. 1 으랏차차 2001.04.10 5857
530 예술성 1 2005.01.12 5872
529 플라멩코 이야기 1 김영성 2002.07.23 5872
528 [re] 질문입니다.. 46 seneka 2003.05.27 5875
527 트레몰로~ 5 j.w 2003.11.10 5882
526 히데가 최고야~~~~~! file 히데사마 2000.10.08 5895
525 사발레타가 연주하는 알베니스의 말라게냐 1 정천식 2004.06.19 5896
524 스케일 연습의 종류 - 알파님께 답글 13 gmland 2003.03.26 5910
523 완벽한 트레몰로란? J.W. 2003.11.04 5920
522 파야 - 시장의 춤(기타연주) 정천식 2004.03.30 5923
521 제가 생각하는 카르카시. 12 file 아랑 2003.06.04 5925
520 바람직한 연주자가 되려면 8 gmland 2003.03.24 5928
519 sadbird 라는 곡.. 1 아따보이 2003.10.12 5933
518 퍼온글.......추천협주곡,실내악곡,독주곡. 2001.01.07 5937
517 이번에 기타콩쿨에 나가는 칭구에게 보내는편지. 3 콩쥐 2006.05.21 5938
516 방랑화음 Wandering chords file gmland 2003.04.24 5939
515 기타 하모닉스에 관한 물리학적 접근 2 익제 2003.06.23 5940
514 트레몰로에 관하여 18 트레몰로미친 삐꾸 2003.11.04 5945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