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43.135.89) 조회 수 5578 댓글 3
작곡 : M. de Falla
곡명 : Cancion del Amor Dolido(괴로운 사랑의 노래)
연주 : Los Angeles(Sop.), C. M. Giulini(Cond.), The Philharmonia Orchestra

   집시여인 칸데라스는 젊고 매력적인 미망인. 그녀의 남편은 바람둥이였다. 질투심이 많은 남편은 유령이 되어 칸데라스가 바람을 피우지 않나 감시했다. 처음에는 남편의 유령을 환영했으나 차츰 싫어졌다. 남편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졌다. 드디어 그녀에게 카르멜로라는 멋진 남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남편의 유령이 나타나서 둘의 사랑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궁리 끝에 칸데라스의 친구 루시아를 바람둥이 남편에게 붙여주었다. 루시아의 아름다움에 유령은 넋이 나가고 칸데라스와 카르멜로는 유령의 방해로부터 벗어나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이상이 파야의 작품 중 가장 인기있는 《사랑은 마술사 El Amor Brujo》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이 중 '괴로운 사랑의 노래'를 들어본다. 농익은 집시 여인의 체취가 물씬 느껴지는 멋진 곡이다. 파야의 이 작품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집시들의 정서를 인상주의적인 작곡기법과 접목하여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이 음악은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 파야의 삶과 작품세계

  파야는 1876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항구도시 까디스(Cadiz)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발렌시아 출신의 상인이었고, 어머니는 까딸루냐 출신으로 피아노에 능숙해서 어머니로부터 피아노 연주의 기초를 배웠으며, 9세에는 교회에서 어머니와 함께 하이든의 《십자가에서의 마지막 일곱 말씀》을 피아노 연탄용으로 편곡한 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파야는 마드리드 음악원으로 들어가 명교수 호세 트라고(J. Trago 1856~1934) 교수 아래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작곡과 교수로 있었던 펠리페 페드렐(F. Pedrell 1841~1922)에게서는 스페인 민족음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감화를 받는다.

  1905년 마드리드 음악원이 주최한 오페라 공모에 《허무한 인생 La Vida Breve》을 출품하여 우승을 했으며, 다음 날에 있었던 피아노 연주부문에서도 우승을 하여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이 작품은 원래 단막의 오페라였으나 후에 2막으로 개작을 하였으며 비교적 널리 알려진 《스페인 무곡 Danzas Espanolas》을 비롯하여 1막의 아리아 《행복은 웃는 자의 것 Vivan los que rien》, 2막의 아리아 《거기서 그는 웃고 있건만 Alli esta! Riyendo》와 같은 매력적인 곡을 담고 있다.

  《스페인 무곡》은 기타와 피아노로 편곡되어 널리 연주되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고, 2막의 아리아 《거기서 그는 웃고 있건만》은 살루드(Salud 여주인공)가 사랑하는 빠꼬(Paco 남주인공)의 결혼 소식에 절망하며 부르는 아리아인데 주체할 수 없는 격한 감정의 폭발과 히스테릭한 감정까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토록 잘 표현한 음악도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말러(G. Mahler 1860~1911)의 초기 작품인 가곡집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중에 나오는 《그녀의 결혼식 날 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이란 곡도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비교해서 들어 보면 독일적인 감성과 스페인적인 감성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말러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멀찌감치 서서 관조적인 태도로 쓸쓸하고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어 파야와 좋은 대조를 보인다. 이는 아마도 민족성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파야는 1907년 7일 간의 여정으로 파리에 다녀올 예정으로 스페인을 떠났는데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낸다. 이 일은 바흐가 북스테후데의 오르간 연주를 듣기 위해 1개월의 휴가를 얻어 거의 400Km를 걸어서 갔다가 4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돌아왔다는 이야기처럼 새로운 음악세계를 향한 파야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뒤카, 알베니스, 드뷔시, 포레, 라벨, 스트라빈스키 등과 교유하는데 이 시기는 좁은 스페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계 음악계의 조류를 경험하고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던 중요한 시기이다.

  1909년에 작곡한 《7개의 스페인 민요 7 Canciones populares Espanolas》를 들어보면 빠리의 음악가들과 교유하면서 파야가 느꼈을 스페인 음악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곡인 《폴로 Polo》에서는 스페인의 전통음악인 깐떼 혼도(Cante Jondo '깊은 노래'라는 의미로 플라멩꼬 음악의 한 장르)와 무조적인 기법이 결합하여 기막힌 현대성을 획득하고 있다.

  1914년 1차대전의 발발로 파야는 고국으로 돌아오는데 빠리에서 익힌 세계음악계의 흐름과 조국 스페인의 음악적 전통이 결합하여 탄생한 작품이 바로 1915년에 발표한 발레음악 《사랑은 마술사 El Amor Brujo》이다. 이 작품에서 비로소 파야의 개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데 선배 작곡가인 알베니스나 그라나도스가 관심을 쏟지 않았던 스페인의 전통적인 음악인 깐떼 혼도와 무속(巫俗)적인 요소를 음악 속에 용해하여 스페인만의 독특한 미적 세계를 창조하였다.

  《괴로운 사랑의 노래 Cancion del Amor Dolido》, 《불의 춤 Danza rituel del fuego》, 《도깨비불의 노래 Cancion del Fuego fauto》와 같은 음악은 스페인적인 세계가 아니고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괴로운 사랑의 노래》는 깐떼 혼도의 새로운 변용이고, 《불의 춤》에 나타나는 집시들의 무속(巫俗)적인 세계는 유럽국가들에게는 사라지고 없는 스페인만의 독특한 세계이다. 파야는 유럽국가들이 스페인의 후진성을 이야기할 때 단골 메뉴로 이야기하던 바로 그 소재를 가지고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Comment '3'
  • 지나가다 2004.03.27 11:20 (*.33.20.40)
    낙서게시판에 올라오는 별로 영양가 없는 글에는 클릭 수가 올라가는데, 이 처럼 깊이있고 유익한 글에는 관심이 없는 요즈음 세태가 한심스럽습니다. 정말로 지적인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기타 매니아에 모이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 옥용수 2004.03.28 03:28 (*.84.59.166)
    사람사는 곳이니, 사람사는 글이 올라오죠. 지나가다님. ^^
    낙서판에 가끔 글 남기지만, 발끈하여. 글 남기어요. ^^;;; (술한잔 했다는 -_-;;;)
  • 오모씨 2004.03.28 05:12 (*.74.173.36)
    선생님의 글은 한데 예쁘게 묶어서 보관을 할꺼에요...
    이런 글들은 전공을 하는이들에게 곡을 해석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글들이니 필요한분께 큰 돔이 될겁니다..
    정선생님 감사해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3 [re] 내사랑 폴 갈브레히쓰. 6 2004.09.13 5980
912 트레몰로에 대한 변증법적이 고찰........지얼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8 2002.04.16 5974
911 [까딸로니아 민요] El mestre file 옥용수 2003.12.10 5973
910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완성자, 파야(3) 2 정천식 2004.03.29 5972
909 밑의 글들을 일고... 18 vandallist 2004.02.06 5963
908 비욘디와 에우로파 갈란테의 레코딩 모습... 비발디..."con molti strumenti" 8 eveNam 2003.11.11 5962
907 현대음악이란 이런걸 말하는게 아닐까요? 14 2003.06.19 5959
906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의 辯 [1편] 미니압바 2000.11.02 5958
905 Tchaikovsky Symphony No.5 형서기 2001.01.23 5951
904 ☞ 기타 연주에 있어서 초견능력.. 채소 2001.08.17 5949
903 [re] 산젠인 퍼스트만 녹음해 주실 분 없으신가요? 2 file gogododo 2005.03.10 5949
902 음악의 예술성과 과학성, 음악과 음학 10 gmland 2003.06.11 5945
901 트레몰로에 관하여 18 트레몰로미친 삐꾸 2003.11.04 5943
900 ☞ 좋은 기타 음색이란...? 1 2001.07.04 5937
899 이번에 기타콩쿨에 나가는 칭구에게 보내는편지. 3 콩쥐 2006.05.21 5936
898 기타 하모닉스에 관한 물리학적 접근 2 익제 2003.06.23 5935
897 방랑화음 Wandering chords file gmland 2003.04.24 5931
896 퍼온글.......추천협주곡,실내악곡,독주곡. 2001.01.07 5929
895 sadbird 라는 곡.. 1 아따보이 2003.10.12 5928
894 파야 - 시장의 춤(기타연주) 정천식 2004.03.30 5922
893 바람직한 연주자가 되려면 8 gmland 2003.03.24 5920
892 제가 생각하는 카르카시. 12 file 아랑 2003.06.04 5920
891 완벽한 트레몰로란? J.W. 2003.11.04 5911
890 스케일 연습의 종류 - 알파님께 답글 13 gmland 2003.03.26 5907
889 사발레타가 연주하는 알베니스의 말라게냐 1 정천식 2004.06.19 5893
888 히데가 최고야~~~~~! file 히데사마 2000.10.08 5891
887 트레몰로~ 5 j.w 2003.11.10 5875
886 플라멩코 이야기 1 김영성 2002.07.23 5867
885 [re] 질문입니다.. 46 seneka 2003.05.27 5867
884 예술성 1 2005.01.12 5862
883 위의 글을 읽고... 6 지나가다 2004.02.06 5851
882 망고레와 세고비아.. 1 으랏차차 2001.04.10 5846
881 질문 한가지(bwv1000번 푸가에 대해) 정성민 2001.03.11 5845
880 안나 비도비치의 bwv1006 를 듣고나서..^^ 기타라 2000.12.28 5841
879 예술가와 예술작품.................................지얼님의 명언(퍼온글) 2005.01.13 5831
878 형서기형 넘 고마워여...요셉 숙(josef suk) 2001.01.27 5829
877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1) 정천식 2004.02.11 5820
876 [질문]Paco de Lucia의 Fuente Y Caudal 1 의문의 2004.04.30 5813
875 우리가 [크다] 라고 말하는 것들 !! 15 com 2003.04.11 5811
874 martha argerich 의 연주는... 2000.09.30 5809
873 바하는 어떤 악보로 공부하여야 하나........!!?? 6 file 해피보이 2004.02.16 5809
872 플라멩코 이야기 3 5 김영성 2002.07.25 5804
871 형서기님 요기.... 화음 2000.08.31 5799
870 ☞ ☞ Sunburst 를 좀 연습해봤는데요.... 안진수 2000.11.25 5796
869 "혁명"... 나의 사랑하는 조국, 폴란드! 24 이브남 2004.10.22 5792
868 #, b 가 다른 음인가요? (이명동음에 대해서...) filliads 2000.12.21 5787
867 커트코베인과 클래식기타 10 한민이 2004.03.09 5782
866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완성자, 파야(1) 2 정천식 2004.03.23 5781
865 자유로운 영혼: 집시 8 고정석 2001.12.17 5780
864 차차님~~~ 한번 심호흡하시구... 7 신동훈 2002.01.08 5778
863 Francis Kleynjans와 brilliant guitarists알려주세요. 2 wan 2002.08.02 5774
862 이곡 제목 뭔지 아시는분? 7 차차 2003.07.24 5773
861 피스크? 테크니션? brawman 2000.06.11 5772
860 베드로의 통곡 8 정천식 2003.12.17 5760
859 오디오에서의 아날로그의 매력 ( 레거리즘) 콩쥐 2006.07.21 5757
858 현대인의 의식분열. 의식분열 2000.09.24 5750
857 파야 - 시장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738
856 음질은 료벳꺼보다 세고비아가 오히려 나아요... 신정하 2000.10.10 5737
855 [re] 운지에 대한 내 생각은 이러합니다. 24 아랑 2003.04.09 5724
854 문제의 제기 4 정천식 2003.12.18 5724
853 [re] ★★★ 조국을 사랑한 바리오스 망고레 ( 글 & 번역 gmland ) 완결판 ★★★ 2 2003.09.16 5723
852 파야 - 물방아꾼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718
851 전설의 부활 - 위젠느 이자이의 연주 8 정천식 2003.12.19 5710
850 [re] 바하는 어떤 악보로 공부하여야 하나........!!?? 6 정천식 2004.02.16 5707
849 시간여행 : 800년 전의 음악은 어땠을까요? 8 file 정천식 2003.12.28 5706
848 Cuban Landscape with Rain verve 2003.09.04 5696
847 [re] 아차 이거 빠뜨려써요 ㅠ-ㅠ 5 으니 2005.02.20 5691
846 바하... 플루우트 소나타여~~~(겁나게 긴글...한번 생각하구 보셔여 ^^;) 5 신동훈 2001.10.17 5689
845 인류 평화의 염원이 담긴 새의 노래 4 정천식 2004.03.15 5678
844 몇가지 짚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왕초보 2000.09.26 5677
843 . 정천식 2003.04.28 5677
842 스페인 기타음악의 원류를 찾아서(2) 1 정천식 2004.03.11 5659
841 . 37 . 2003.08.27 5657
840 [까딸로니아 민요] La nit de Nadal file 옥용수 2003.12.10 5652
839 아람브라, 화성진행 및 프레이징 (3) - 총론 끝 gmland 2003.05.26 5642
838 카르카시교본비판에 관하여 6 기타방랑자 2003.06.03 5640
837 인간의 목소리... 비올 9 이브남 2005.01.10 5635
836 아람브라, 화성진행 및 프레이즈 분석과 프레이징 (2) 10 gmland 2003.05.23 5622
835 고대지명과 음계에 관한 단상... 4 신동훈 2003.04.22 5620
834 석굴암 화음 2000.08.20 5618
833 기타녹음시 테크닉에 대하여... 2 햇새벽 2001.11.04 5615
832 원전연주 이야기(5)원전연주에 쓰이는 악기는...둘!! 2 신동훈 2001.11.02 5615
831 ★ Krystian Zimerman 마스터 클래스 후기 ★ 28 으니 2003.06.09 5612
830 [re] 트레몰로. 5 기타 이상자 2003.07.16 5598
829 형서기님 다 보고선 2000.08.31 5591
828 암기의 이해와 암보력 향상을 위한 제안 1 고정석 2001.12.17 5584
827 테크닉과 음악성에 대한 이런 생각도 있습니다.. 15 seneka 2004.02.05 5580
826 데이비드 러셀의 옛 내한공연에 대한 질문입니다.. 18 으니 2003.11.10 5578
»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완성자, 파야(2) 3 정천식 2004.03.26 5578
824 D 단조 Scale 연습과 Chaconne (3) file gmland 2003.04.04 5573
823 LP예찬 7 정천식 2004.01.22 5573
822 [re] Bach fuga in A minor 줄리안 브림 5 file 이웅재 2004.09.02 5572
821 기타 연주에 있어서 초견능력.. 1 으랏차차 2001.08.17 5571
820 근데...음악성이란게 정확히 뭘 말하는거에요? 19 마왕 2004.02.06 5568
819 Segovia의 샤콘느 - EVEREST 녹음 8 1000식 2004.08.31 5566
818 행~님!! 홈페쥐 보수작업 추카... 한쌈 2000.07.02 5560
817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들의 辨 [3] 미니압바 2000.11.07 5559
816 바하곡을 연주한다는 것... 23 황유진 2004.03.17 5559
815 헐...어케여..--;;;;;;;; 형서기 2000.08.31 5558
814 ☞ 박자기... 써야되나요? 말아야되나요? 문병준 2001.08.12 555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