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그러니까....벌써 10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상심의 낙엽이 포도위를 뒹굴던 어느 깊은 가을날 밤.
그녀의 얼굴을 못본지도 벌써 여섯달이 다 되어가는 어느 가을밤의 텅빈 강의실 안이었다.
강의실 안의 공명은 기타의 몸통을 넘어 건물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탱고를 연주해도 상심은 가시지를 않고
왈츠를 연주해도 흥이 나지 않았다.
죽은 연주와 더불어 나의 생기도 그렇게 소멸해 가는 듯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후배들이 내가 있는 강의실 쪽으로 다가 왔다.
그리고는 내게 마이어즈의 카바티나를 연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윽고 정적을 파고 드는 쓸쓸한 선율이 강의실에 퍼졌다.
화음은 물이 되어 자연스럽게 흘렀고 선율의 글리산도 효과는 마음에 애잔함을 더해 주었다.
기타 소리를 제외하고 모든것이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기타 연주를 하면서 자꾸 영화 디어헌터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연주에 집중해야지...이렇게 마음 먹어도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그 영상은 어찌 할 수 없었다.
로버트 디 니로 였던가....월남전에서 돌아온 그는 이제는 남이 되어 버린 옛 연인의 사진을 망연자실하게 쳐다 보고 있었다. 그 배경위로 존 윌리암스 연주의 카바티나가 슬픔을 달래듯 영상을 수놓았다.
그렇게 그 음악은 내 청춘의 뒤안길의 비가였다.
연주는 계속 되었고 후배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연주했는지,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지금으로써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연주는 손가락에게만 맡기고 나의 머리는 오로지 과거의 잔향으로만 남은 우울한 기억들의 꽁무니만 뒤쫓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미술학도였다...
반지하에 얻은 작업실에 햇살이 강하게 비추었던 어느 여름날, 그녀는 무슨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달리 할일이 없어 무료했던 나는 낡은 기타아를 꺼내들고 카바티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귓가에는 음악이, 두눈에는 미술 작품이...나는 내 생에 이처럼 조화된 장면을 연출해 본 일이 거의 없었음을 느꼈다. 그때 그 사람은 이미 얼굴도 잊어 버렸건만, 색채와 음들로 채워진 그 좁은 공간만은 난 아직도 기억한다...
그랬다...난 후배들 앞에서 카바티나를 연주하면서도 줄곳 디어헌터와 그 작업실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이젠 곡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마지막 후렴부를 연주한 후 긴 호흡의 아르페지오를 엄지 손가락으로 훑어 내렸다....
곡이 끝난 것이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한 후배가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영문은 모르지만 내 앞에서 자신의 뒷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손수건을 꺼낸 것이었다.
아아...부끄럽게도 내가 울고 있었단 말인가...이런 생각에 조금은 당황스러워 졌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얼른 받아든 후 눈과 얼굴 전체를 닦았다. 연주 중에 흘린 땀방울이 손수건에 물들여 졌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 후 손수건을 그에게 돌려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뇨...거기 말구요...
난 그저 추억과 선율이 샘이 되어 내 얼굴을 적시운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데에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기타 몸통의 윗면은 내가 무의식 중에 흘린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던 거다...
나는 그때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급변 할 수 있는가를 체험할 수 있었다....눈물인 줄 알았던 것이 침으로 돌변하는 순간, 슬픔의 감정은 쪽팔림으로 대체되고 낭만은 개떡이 되어 버리고, 강의실 안의 무언의 정적은 내 자괴감으로 가득차고 말았던 것이다...
이후, 난 교훈을 얻었다..
연주중에는...
연주만 생각하라....
상심의 낙엽이 포도위를 뒹굴던 어느 깊은 가을날 밤.
그녀의 얼굴을 못본지도 벌써 여섯달이 다 되어가는 어느 가을밤의 텅빈 강의실 안이었다.
강의실 안의 공명은 기타의 몸통을 넘어 건물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탱고를 연주해도 상심은 가시지를 않고
왈츠를 연주해도 흥이 나지 않았다.
죽은 연주와 더불어 나의 생기도 그렇게 소멸해 가는 듯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후배들이 내가 있는 강의실 쪽으로 다가 왔다.
그리고는 내게 마이어즈의 카바티나를 연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윽고 정적을 파고 드는 쓸쓸한 선율이 강의실에 퍼졌다.
화음은 물이 되어 자연스럽게 흘렀고 선율의 글리산도 효과는 마음에 애잔함을 더해 주었다.
기타 소리를 제외하고 모든것이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기타 연주를 하면서 자꾸 영화 디어헌터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연주에 집중해야지...이렇게 마음 먹어도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그 영상은 어찌 할 수 없었다.
로버트 디 니로 였던가....월남전에서 돌아온 그는 이제는 남이 되어 버린 옛 연인의 사진을 망연자실하게 쳐다 보고 있었다. 그 배경위로 존 윌리암스 연주의 카바티나가 슬픔을 달래듯 영상을 수놓았다.
그렇게 그 음악은 내 청춘의 뒤안길의 비가였다.
연주는 계속 되었고 후배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연주했는지,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지금으로써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연주는 손가락에게만 맡기고 나의 머리는 오로지 과거의 잔향으로만 남은 우울한 기억들의 꽁무니만 뒤쫓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미술학도였다...
반지하에 얻은 작업실에 햇살이 강하게 비추었던 어느 여름날, 그녀는 무슨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달리 할일이 없어 무료했던 나는 낡은 기타아를 꺼내들고 카바티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귓가에는 음악이, 두눈에는 미술 작품이...나는 내 생에 이처럼 조화된 장면을 연출해 본 일이 거의 없었음을 느꼈다. 그때 그 사람은 이미 얼굴도 잊어 버렸건만, 색채와 음들로 채워진 그 좁은 공간만은 난 아직도 기억한다...
그랬다...난 후배들 앞에서 카바티나를 연주하면서도 줄곳 디어헌터와 그 작업실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이젠 곡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마지막 후렴부를 연주한 후 긴 호흡의 아르페지오를 엄지 손가락으로 훑어 내렸다....
곡이 끝난 것이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한 후배가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영문은 모르지만 내 앞에서 자신의 뒷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손수건을 꺼낸 것이었다.
아아...부끄럽게도 내가 울고 있었단 말인가...이런 생각에 조금은 당황스러워 졌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얼른 받아든 후 눈과 얼굴 전체를 닦았다. 연주 중에 흘린 땀방울이 손수건에 물들여 졌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 후 손수건을 그에게 돌려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뇨...거기 말구요...
난 그저 추억과 선율이 샘이 되어 내 얼굴을 적시운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데에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기타 몸통의 윗면은 내가 무의식 중에 흘린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던 거다...
나는 그때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급변 할 수 있는가를 체험할 수 있었다....눈물인 줄 알았던 것이 침으로 돌변하는 순간, 슬픔의 감정은 쪽팔림으로 대체되고 낭만은 개떡이 되어 버리고, 강의실 안의 무언의 정적은 내 자괴감으로 가득차고 말았던 것이다...
이후, 난 교훈을 얻었다..
연주중에는...
연주만 생각하라....
Commen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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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 그땐 빨리 쥐구멍을 찾아야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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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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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하.............지금이라도 그녀에게 전화해보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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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이 이 한편의 글속에 모두 담겨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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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보다 디아더즈보다 더 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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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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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마우스 피스를 물고 연습하심이... 어떨런지..^^ (잘 읽었습니다. 근무시간에 웃음 참느라 뒤집어지는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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